우리나라 밥상은 크게 밥과 반찬, 국물 이 3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밥상에서도 남녀노소 불문하고 고지식한 분들이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국물 없이는 밥을 먹지 못하겠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말을 하는 분들을 상당히 싫어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분들을 보면 한 3일만 굶겨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다소 극단적인 비유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이라면 과연 국물 없으면 밥을 먹지 못할까요..?
눈앞에 국물이 있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되지 않아 국이 없다면 그냥 있는 밥과 반찬을 챙겨 먹으면 되지 굳이 밥을 먹지 못하겠다는 말은 그저 배부른 투정에 불과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국으로 반찬 타령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아서 주제와 다르게 극도로 짜증이 밀려와서 잠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져버렸습니다.
탕, 국, 찌개, 전골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탕, 국, 찌개, 전골'은 국물로 되어 있는 음식을 정의할 때 사용하는 단어들입니다. 오늘은 '탕, 국, 찌개, 전골'의 뜻과 개념, 차이점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국어사전에서 '국'은 명사로 고기, 생선, 채소 따위에 물을 많이 붓고 간을 맞추어 끓인 음식으로 유의어로는 '국물, 갱탕, 갱, 갱즙' 등이 있습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국'과 '국물'은 동일한 말입니다.
국어사전에서 '탕(湯)'은 국(고기, 생선, 채소 따위에 물을 붓고 간을 맞추어 끓인 음식)의 높임말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탕'과 '탕국'은 비슷한 말이고 '탕'은 '국'의 높임말일 뿐 '국'과 같은 의미를 가진 단어입니다.
국어사전에서 '찌개'는 뚝배기나 작은 냄비에 국물을 바특하게 잡아 '고기, 채소, 두부' 따위를 넣고, '간장, 된장, 고추장, 젓국' 따위를 쳐서 갖은 양념을 하여 끓인 반찬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국어사전에서 '전골'은 잘게 썬 고기에 양념, 버섯, 해물 따위를 섞어 전골틀에 담고 국물을 조금 부어 끓인 음식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국어사전에 등록된 개념으로 봤을 때 '국'과 '탕'은 그저 높임말이 차이로 동일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국, 찌개, 전골'을 분리하는 기준인데 각 단어의 기본 정의는 거의 유사한 내용이기 때문에 말장난으로 가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보통 '국'과 '찌개'의 차이점으로 건더기와 국물의 양인 비율로 정의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럴듯한 이야기로 비율을 나누고 있지만 명확하고 납득 가능한 기준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국'은 밥상에 개별 그릇에 따로 덜어서 먹는 음식이고, '찌개'는 한 그릇에 조리하면서 각자 덜어서 먹는 음식이라고 정의해서 차이점을 구별하는 게 더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찌개'와 '전골'을 구분하는 논리를 보면 '찌개'는 끓여서 나온 음식을 먹는 것이고, '전골'은 끓이면서 먹는 음식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얼핏 들어보면 상당히 설득력 있는 말처럼 들리지만 실상 '찌개'도 끓이면서 먹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논리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사용하는 '용기'의 차이점 또한 전골 용기에 찌개처럼 끓이면 그것도 정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 역시 설득력이 없습니다.
결국, '국, 탕, 찌개, 전골'은 국어사전에 각각 따로 등재된 말이기 때문에 유사한 의미를 가졌지만 다른 단어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단어들을 사용할 때 생각하는 의미와 이 단어를 들은 사람이 받아들이는 의미 또한 동일하기 때문에 굳이 개념을 정리하려고 애를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입니다.